어느덧 각종 모임이 많아지는 연말이 다가오면서 한해를 마무리하는 자리가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이같은 모임이 결코 반갑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친구들을 만나 술자리를 갖는 것은 좋지만, 내 입에서 나는 냄새로 인해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찌푸릴까봐 걱정하는 사람이 적잖다.
직장인 박모 씨(28)도 모임에 나가는 것이 기대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감에 하루하루가 초조하다. 원래부터 입냄새로 고생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대학 졸업 이후 사무직으로 중소기업에 입사하면서 조금씩 단내가 나기 시작했다. ‘이러다 말겠지’하고 신경쓰지 않았지만 어느 날 회식 자리에서 직장 동료의 “입에서 썩는 냄새가 나는 것 같다”는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이후 자신의 입냄새 여부에 대해 더욱 민감해졌다. 평소에 입냄새가 나는지 체크를 반복하면서 공복시, 음주 후에 더욱 심해지는 것을 깨달았다. 술자리 중간중간 구강청결제를 사용하고 입안에 스프레이도 뿌려가며 입냄새 관리에 힘쓴 이후 주변의 따가운 시선은 줄었지만 여전히 술자리는 신경쓰이고 불안한 자리다.
입냄새는 국내 성인의 50%가 경험할 정도로 대표적인 생활 질병이다. 서구화된 식생활, 마른 체형을 선호하는 사회적 관념으로 인한 과도한 다이어트, 점점 쌓여가는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습관은 모두 입냄새의 주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술자리가 잦은 20-40대 직장인은 간열로 인한 입냄새가 많은 편이다. 즉 간기능도 저하돼 만성피로나 안구충혈 등과 동반되는 현상이다. 이런 경우 사람들은 대부분 평소 소화기 등에 별다른 문제를 느끼지 못했지만 쉬어도 쉬어도 피곤이 풀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입냄새 전문서적 ‘더 가까이 웃고 얘기하라’의 저자인 강기원 제일경희한의원 원장(한의학 박사)는 “음주 후 심해지는 입냄새와 함께 만성피로가 동반된다면 간에 이상이 없는지 의심해 봐야 한다”며 “무엇보다 이같은 생활습관으로 인한 증상들은 조기치료가 중요하기 때문에 되도록 빨리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어 “송년회, 동창회 등 모임이 부쩍 늘어나는 연말연시엔 미리 내 몸의 증상을 되돌아보고 치료해 당당하게 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게 현명한 ‘입냄새 대책’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희원 기자 salsa@jose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