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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화려함을 만발하던 4월 말, 한의원에 한 젊고 잘생긴 남자가 여자 두 명과 함께 찾아왔다. 한 눈에 봐도 미남형으로 잘생긴 그는 허리의 묵직한 통증 때문에 왔노라 말을 했지만 대화를 하던 중에 그에게서 또 다른 증상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일명 화장실 냄새라고 불리는 암모니아 냄새였다. 같이 온 여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오빠가 요즘 들어서 허리의 통증을 자주 호소해왔으며 입에서 악취가 나서 도대체 대화조차 힘들다”고 고백했다.
일반적으로 구강 내적인 원인이 아닌 구강 외적인 원인에 의한 입냄새(구취)는 그 원인을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위장이 허하거나 열이 있는 경우, 둘째 간이 약하거나 열이 있는 경우, 셋째 폐가 약하거나 열이 있는 경우, 넷째 신장이 허하거나 열이 있는 경우가 바로 그것. 각각의 원인에 따라서 그 냄새도 약간의 차이가 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바로 신장이 허하거나 열이 있을 때인데, 암모니아 냄새 일명 화장실 냄새가 나게 된다.
우리 몸 속에서 신장은 주로 혈액 속의 불필요한 물질이나 과잉물질을 제거하고 삼투압을 조절할 뿐만 아니라 혈액 속의 pH를 조절하고 암모니아를 만드는 등의 기능을 하는데 이런 신장은 또 남자들에게는 성기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런데 신장이 약하거나 열이 있으면 보통 턱에 붉은빛이 돌며, 눈을 내리뜨고 밝은 것을 싫어하고 오줌에 피가 섞여 나오기도 하며 장이 안 좋아 대변을 시원스럽게 보지 못하고 소변도 가늘게 보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은 고환 밑에 습기가 많고 허리 깊숙한 속에서부터 묵직한 느낌으로 아프고 아침에 일어나서 몸을 구부리지 못하고 식은땀이 잘 난다. 또한 입안에서는 다른 맛보다도 짠맛을 강하게 느끼기도 한다.
한의원을 찾았던 그 남자의 경우에는 위에 열거한 증상 중에서 허리의 통증과 입냄새, 개운치 않은 소변 등의 증세가 나타나긴 했지만 그것만으로 신장에 열이 있다 혹은 그 기능이 약해졌다고 판단하기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상담 전에 먼저 생기능 자율반응 진단기라는 것을 통해 신체의 기능적 이상이나 질병, 생체방어능력이나 기관지 이상 등을 알아보고 컴퓨터 적외선 체열촬영기로 몸에 분포된 열을 측정한 뒤, 마지막으로 진맥을 통해 신장 기능이 약해지고 열이 몰려 있음을 확인했다.
상담을 하면서 그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는데 직업 특성상 잦은 성관계를 피할 수 없었고 자신의 능력 이상의 성관계가 신장의 무리를 가져다 준 것으로 나타났다.
특수한 직업(?) 때문에 과도한 성관계를 맺는 사람에게서만 위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일반 사람들 중에서도 양기가 부족한 사람이 술을 좋아해서 자주 마시고 자신의 능력 이상의 성관계를 자주 맺게 되면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여러 검사 후에 그에게는 허리 통증을 완화시키고 신장의 열을 내려주며 그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신정탕(腎精湯)과 침치료를 병행했다. 신정탕에 들어가는 주 한약재인 산수유는 신장의 기능을 활성화시키기에 좋은 약재인데 ‘동의보감’과 ‘향약집성방’에 음을 보하고 신장을 깨끗하게 해주며 신장의 기를 보강 및 수렴하는 등의 효능이 있다고 되어 있다. 이 외에도 식은땀이나 야뇨증 등의 민간요법에도 사용되며 차나 술로도 사용된다.
그렇게 처방을 하고 한 달이 되기 전, 그에게서 신정탕(腎精湯)을 재주문하는 전화가 왔다. 그러면서 그는 약을 먹은 뒤로 그렇게 뻐근하던 허리통증이 사라졌고 입냄새 때문에 대화하기조차 꺼려했던 여자들 사이에서는 다시 은밀한 대화가 가능해졌으며 소변을 볼 때마다 시원시원한 물줄기에 스트레스가 확 풀리게 됐다고 했다.
구취(입냄새)를 일으키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으며 이는 단순히 구강 내 문제로 끝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치과에서 구강 내적인 원인을 발견하지 못한 상태에서 유독 심한 화장실 냄새가 나고 허리통증이나 대, 소변을 시원하게 해결하지 못한다면 신장 이상을 의심해 보고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통해 치료 받는 것이 필요하다.
글/한의학 박사 강기원(제일경희한의원 원장 www.hanbang977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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