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3학년이 된 송 모양(22)은 평소 입냄새 때문에 남자친구를 사귀어 본 적이 없다. 얼굴은 예쁜 편에 속하지만, 한번 말을 걸어본 남자들이 모두 인상을 쓰며 더 이상 가까이 다가오지 않는 것이다. 정확한 이유에 대해서는 고등학교 때 친하게 지냈던 친구로부터 듣게 됐다. 입에서 달걀이 썩는 듯한 심한 악취가 난다는 것.
송 양은 이유를 듣고 난 후부터 매일 양치질을 5번씩 하고 있고, 혀클리너와 구강청결제도 수시로 쓰고 있다. 그럼에도 입을 다물고 있다가 말을 하게 되면 냄새가 나서 대인기피증까지 생겼다. 송 양은 “충치도 없고, 소화도 잘 되는 편인데도 입냄새가 난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이렇게 치아에 문제가 없는데도 심한 입냄새가 나서 고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의사들에 따르면, 이런 경우 구취는 구강의 문제가 아닌 내부 장기의 문제로 보는 것이 맞다고 설명한다
제일경희한의원 강기원 원장은 “일반적으로 간기능 저하로 인해 간열이 쌓이면 입안이 마르고 혀에 설태가 증가하면서 계란이 썩는 듯한 구취가 생기고, 위가 좋지 않으면 역한 신트림이 나면서 입냄새가 난다”며, “구취의 90%는 치과치료와 청결한 구강관리로 제거할 수 있으나, 이렇듯 내부 장기에서 발생하는 입냄새는 원인 장기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는 이상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특히 간에 열이 생기면, 송 양과 같이 양치질을 잘 해주어도 곧장 입안이 마르면서 입냄새가 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간열은 잦은 술 담배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가장 많지만 이 외에도 스트레스가 많거나 피로가 누적된 경우, 체질적으로 간기능이 약한 경우, 진통제나 스테로이드제제 등의 있는 약물을 장기간 복용한 경우, 간경화나 간암 등의 병력이 있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등에도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경우에는 입냄새뿐 아니라 피로를 쉽게 느끼고 눈이 뻑뻑하다고 느끼면서 시력이 감퇴되는 느낌을 경험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 때는 반드시 술이나 담배를 줄이고 간기능을 회복시키고 간에 쌓인 열을 내리는 한약인 소취탕을 처방 받아 구취를 치료하는 것이 좋다.
강기원 원장은 “간열의 문제로 생기는 구취는 감국과 초결명 등 약재를 이용해 간의 열을 내리고 해독 작용과 간 기능을 정상화 시키면 해소할 수 있다. 이와 동시에 침치료와 적당한 운동, 불규칙한 식습관 교정 등을 겸한다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여 조언했다.
한편, 체내 장기 문제로 인한 입냄새는 간과 위의 문제 외에도 폐가 좋지 않은 경우 생선 비린내와 같은 구취가 생길 수 있고, 암모니아 냄새 같은 구취는 신열이 문제일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민욱기자